그룹명/수필 방

男자지圖/김근혜

테오리아2 2022. 12. 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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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지

 

 

 

어디를 잘라낸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픈가.” 성전환 수술받은 어떤 남성에게 물었다. 그 남성은 월급이 깎인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의 생식기를 잘라낸 것을 아파할 것으로 생각하며 질문한 것이다.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다. 사용자는 성전환해서 여성이 되었으니 월급을 깎은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차별 당했다는 말이다. 성전환 수술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궁 선망과 성차별에 대한 이십몇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첫 수업 시간이다. 주제는 성차별에 대한 자유토론이다.

몇몇 여학생들의 의견이 비슷했다. ,녀 간의 취업 기회나 임금차별, 승진에 관련된 사회적 불평등에 관한 것이었다. 부부가 똑같이 직장을 다녀도 육아와 요리 전담은 여자라며 평등하지 못한 성역할에 대한 분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 딸아이가 남자아이한테 맞고 왔어요. 속상해서 치료비는 얼마든지 물어 줄 테니까 앞으론 절대 맞지 말고 실컷 때려주라고 했어요.” 생각지도 못한 날 것 같은 표현에 모두 놀란 눈으로 그 여학생을 바라봤다. 학모들의 일상적인 얘기가 대학원 수업 시간에 나올 거라곤 생각 못했다. 대학원 강의실은 맵고 떫었다. 그 공기가 불편했다. 여자들의 한 서린 말이 몇몇 남자들의 가슴을 찔렀다. 여자아이한테 맞았다면 좀 괜찮았을 거라는 뉘앙스가 장교 출신의 어떤 남학생의 귀에 걸렸다.

여자들의 단순한 피해의식 아닌가요.” 그는 씩씩했다.

피해의식, 그거 누가 만들어 놓은 거죠.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존재라는 자지가 깔려 있는데 그거 고리타분한 논리 아닙니까. 생물학적인 창조 능력이 여자에게만 있어서 남자들이 무의식적 열등감에서 질투하고 깎아내리는 건 아닌가요. 여자들의 재능이나 능력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힘의 논리로 왜곡하고 매장했으며 정당화시켜놓은 것이죠. 여자들을 배제하고 억압함으로써……종속적인 관계…… ?” 남학생은 맞섰다가 속사포에 말을 더듬거렸다.

,……, 네네, 남자들이 죽일 노오………….” 그는 일격에 쓰러지고 말았다.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다 끊어졌다, 이어가기를 반복했다. 애써 태연해 보려 했으나 위압감이 몸을 흔들고 있었다. 선조들이 만들어놓은 길 위에서 접점 없는 평행선을 또 걸을 것만 같았다. 태엽이 과거의 과거로 되감기를 반복했다. 선택 필수과목이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신청한 학생들의 표정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성학과생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이름도 부모님 성을 사용해서 네 글자였다. 여자들에게는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자자손손에 이르기까지 가부장제로 여성이 소외된 한이 유전자 속에 남아 있었다. 여성학을 전공하는 다수의 학생은 여성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림자로 산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그들이 용기 있고 존경스러웠다.

성차별은 당하고 사나 심한 비하 발언은 귀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전공자들보다 논리정연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지식이 없었다. 말을 잘못했다가는 혼이 날 것 같았다. 무섭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던 억울함은 시원하게 대리만족할 수 있어서 좋았으나 적응하지 못해 수업 시간이 괴로웠다. 여성 차별이나 남성 우월주의를 떠나서 여성이나 남성이 평등하게 되길 바랄 뿐이다.

차별을 당하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에게 마음이 더 쓰이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유전자 속에는 여자로서 겪어야 했던 아픔이 남아 있다. 남아선호사상이 뿌리 깊이 박힌 자지에서 아들을 출산하지 못하면 죄인 취급을 받았다. 부모님 이전 세대에서도 그러했고, 내가 갓 결혼했을 때도 그랬다. 첫딸을 데리고 갔을 때 시모는 손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학대한 사실이 있다.

남자들의 무의식 속에는 자궁(womb)을 선망(envy)하는 자지가 그려져 있다. 누가 자궁 선망(womb envy)에 대해 …… 거기, 남학생의 생각은 어떤지 좀 들어볼까요.” 눈을 감았다.

 

 

 

뉴기니의 어떤 부족 마을이다. 난 그들 속에 서 있다. 그들은 무언가를 자랑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가까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것이었다. 여성에게만 있는 상징인 자궁이었다. 그들은 그것이 남자들한테만 있는 신성한 것이라고 우겼다. 자궁은 땅의 기운으로써 대지의 신만이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은 자궁선망증을 앓고 있었다.

그것은 은밀한 곳에 있지만 한 달에 한 번 나들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낯선 물건을 충동 구매하는 때가 있다. 월경하는 날이다. ‘그것을 만족시키려고 백화점으로 쇼핑하러 간다. 백화점에는 그것이 좋아하거나 필요한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난 그들을 낱낱이 훑는다. 긴 것에서부터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그것에 맞게끔 여러 가지가 있다. 내 사이즈와 맞는지 그것에 대보기도 하고 쇼핑 커트에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그것이 만족한다고 사인을 보낼 때까지 고르고 또 골랐다.

한 남자는 달을 보며 내일 봉선화가 필 것이라고 했다. 달의 주기를 보며 몸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 같았다. 몇몇 남자들은 꽃잎으로 가리개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에 손을 갖다 대며 만족스러워했다. 남자들은 그것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고 싶어 했다. 동경해오던 상징이었다. 봉선화를 피울 수 없는 사람들은 그들 속에서 소외되었다. ‘그것이 있는 사람들에게 복종하며 어둡고 침침한 곳에서 살았다. 심지어는 전쟁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그것은 신으로부터 성별된 거룩한 것이었다. 삼손의 머리칼에서 힘이 나오듯이 그들은 그것에서 생명 창조의 힘을 받았다. 그들만이 그것을 가질 수 있고 생명을 부양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것이 있는 사람들만이 신의 제례 의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남산만한 내 배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보였다. 다섯 번째 잉태라는 뜻이다. 남자들은 예를 갖춰 존경의 표시를 했다. 남자들은 내 배가 불러갈수록 신령스럽게 여겼다. 심지어 절을 하는 남자도 있었다. 어떤 남자는 자신의 배를 불룩하게 내밀기도 했다. 하늘을 보며 주문을 외는 남자도 있었다. ‘그것이 없는 남자들은 자신의 그것을 원망하는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것이 혐오스럽고 수치스럽다고 감추는 사람도 있었다.

남자들은 과연 자궁을 선망하는가, 성차별은 아직도 진행형인가에 대해 김근혜 씨의 생각 좀 들어볼까요.”

 

자지: 만들어낸 말로써 확장의 해석이 가능함.

 
-에세이 포레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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