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시 방

패치워크/ 정채원

테오리아2 2022. 8. 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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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벽과 침대를 이어 붙일 거야
너의 중세와 나의 르네상스를 마주잡고 들들들
박음질을 해야지, 아래층과 위층을 계속 이어 붙여
칸칸이 잠버릇이 다른 고층 아파트를 만드는 거야
9층에서 누가 따귀를 때리니
5층 아기가 자다 깨어 앙앙 울어대고
정원에서는 목련이 터지더군
꽃은 필 줄도 알지만 질 줄도 알지
아기가 운 그날부터 딱 열하루째 날 우수수
오줌 싼 기저귀 꼴로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지
죽은 교황과 갈릴레이를 악수시킬 수 있다면
떨어진 꽃잎이 다시 가지 위로 올라붙을까
지는 꽃과 피는 꽃을 이어 붙인다면
반은 울고 반은 웃는 얼굴
꽃보다 아름다운 꽃이 될까
할머니는 자꾸 딸꾹질을 하고 복사꽃은 부풀어오르네
늑대가 울면 바다코끼리가 헐떡거리고
1층이 이사 가는 날 13층이 집수리를 시작하더군
아, 요즘은 일교차가 너무 크다네
조각이불을 목까지 끌어 덮어도 깊은 잠은 들지 않고
아파트 주민들은 밤새 들들들
토막 꿈을 이어 붙이다 모란이 피네
모란이 괜히 피었다 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