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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테일러의 구멍 난 자루 / 송찬호

테오리아2 2016. 1. 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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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테일러의 구멍 난 자루 / 송찬호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이,

그 자루의 옆구리에 난 총알구멍으로

존 테일러의 부유한 피와 살이

모두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채 다섯 달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존 테일러의 마지막 시간이

꼭 쓸쓸했던 것만은 아니다

'천국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는 호스피스 모임에서 나온

부패가 따뜻하게 그의 영면을 도왔고

또 코를 감싸 쥘 만큼의 악취가 그 옆을 지켰다

 

그러고 보면, 주위에서 그와 같은

납치나 실존사건이 드문 일만은 아니다

존 테일러는 옆구리를 움켜쥔 채

갇힌 자루 속에 웅크리고 누워

그의 허벅지에, 그리고 푸른 자루의 허벅지에

피를 찍어 이렇게 썼다

국가는 개새끼, 왜 나를 도우러 오지 않는 것인가

 

존 테일러는 다섯 달 만에 어두운

농가 수로에서 뼈만 남긴 채 발견되었다

자루는 아주 가벼웠다

그런데, 그가 입고 있던 양복 안쪽에

새겨진 존 테일러라는 이름은

그의 이름인가 양복 상표 이름인가

이 모든 것은 썩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