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시 방
존 테일러의 구멍 난 자루 / 송찬호
테오리아2
2016. 1. 1. 13:11
728x90
존 테일러의 구멍 난 자루 / 송찬호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이,
그 자루의 옆구리에 난 총알구멍으로
존 테일러의 부유한 피와 살이
모두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채 다섯 달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존 테일러의 마지막 시간이
꼭 쓸쓸했던 것만은 아니다
'천국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는 호스피스 모임에서 나온
부패가 따뜻하게 그의 영면을 도왔고
또 코를 감싸 쥘 만큼의 악취가 그 옆을 지켰다
그러고 보면, 주위에서 그와 같은
납치나 실존사건이 드문 일만은 아니다
존 테일러는 옆구리를 움켜쥔 채
갇힌 자루 속에 웅크리고 누워
그의 허벅지에, 그리고 푸른 자루의 허벅지에
피를 찍어 이렇게 썼다
국가는 개새끼, 왜 나를 도우러 오지 않는 것인가
존 테일러는 다섯 달 만에 어두운
농가 수로에서 뼈만 남긴 채 발견되었다
자루는 아주 가벼웠다
그런데, 그가 입고 있던 양복 안쪽에
새겨진 존 테일러라는 이름은
그의 이름인가 양복 상표 이름인가
이 모든 것은 썩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