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시 방
울컥/조현석
테오리아2
2022. 1. 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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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조현석
해거름 지나 폐허처럼 적막해진 마을회관 건너편 세탁소
간판의 검붉은 녹껍데기 우툴두툴 일어난 고뇌들 군데군데
실핏줄 툭툭 끊긴 빨랫줄 묵은 시간에 짓눌린 주인 없는 외투
한 벌 덩그러니
갈라지고 바스러진 솔기 끝으로
수없이 뜨고 진 차가운 별, 달빛
바람 없이도 마구 뒤틀린 한 생의 순간
몸 사라진 이후 남은 고독은 독약보다 더 독해
쓰디쓴 독함 삭이느라 한 계절이 다 가고
또 다른 계절도 지나고
기억 희미할 시간마저 더 지나고
떨어져 뒹구는 여러 개의 금빛 단추
부서지거나 전혀 삭지 않는 사리들
허참, 아직은 푸르고 싱싱해
거침없던 바람 흔들거리던 고요마저 무시한 허공의 몸
따스했던 시절 옷섶의 추억도 닳고 닳아 맨들맨들 세상의 기억
모두 감추어버린 처마 밑 침묵의 풍경(風磬) 흔들흔들 오래
멈췄다가 다시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