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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경매하다/신진련

테오리아2 2022. 3. 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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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경매하다

  늘 바닷

 

오늘을 경매하다

 

 

길은 늘 바닷가에서 끊어지고

 

달리는 발자국들이 모이는 자갈치

 

새벽은 푸른 가슴을 열고

 

뭍에 오른 파도 소리를 잠재운다

 

경매사가 종을 울리는 공판장

 

지친 트롤선이 마악 부려놓은

 

생선 비린내를 어루만지는 손가락이 있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기지개 켜듯 피어나는 꽃잎들

 

자갈치 꽃이 핀다

 

손가락이 만든 꽃잎은 바다의 기호

 

접은 수첩 뒤에서

 

바다의 주소를 옮겨 적는 동안

 

뭍에 내린 물 냄새가 옷을 갈아입는다

 

가장 짜릿한 향기를 위해

 

손가락 끝에서 제 몸을 터뜨리는 물꽃들

 

접었다 폈다 새로운 기호로 태어나는 자갈치

 

꽃봉오리마다 아침이 만개하고 있다

 

 

 

 

 

소금꽃 여자

 

 

 

 

바다를 입고 살았습니다

 

종일 아가미를 떼느라 휘어진

 

손가락 마디에는

 

따개비 같은 상처가 굳은살로 박혀있습니다

 

몸에 달라붙은 생선비늘 만큼이라도

 

반짝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속옷을 벗고 비린 몸을 문지르면

 

손가락 사이로 포말이 일었습니다

 

씻어도 씻어도 바다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벗어둔 옷에도 짠바람이 스며들었는지

 

바다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물기가 빠진 하얀 얼룩을

 

꽃이라 불러도 될까요

 

꽃을 피우는 하루를 살았으니

 

오늘은 낮은 파도를 베고 잘 수 있을까요

 

젖은 몸 다 마르면

 

울퉁불퉁한 손가락 마디에도

 

꽃이 피면 좋겠습니다

 

잠든 아이 챙기듯

 

옷에 핀 하얀 꽃을 쓰다듬습니다

 

 

 

 

 

창 밖

 

 

 

 

 

대평동 선박 수리 조선소

 

독에 올려 진 아픈 어선 한 척

 

흔들리지 않는 바닥이 낯선지

 

식은 땀 흘리듯 녹물을 뱉고 있다

 

메마를 일 없던 갑판 위로

 

웅웅 선원들 목소리가 빈병처럼 맴돈다

 

이름이 지워져가는 저 배도

 

한 때는 움직이는 섬이었을 것이다

 

감긴 닻 쇠줄을 붙잡고 있는 불가사리는

 

누가 남긴 손자국이었는지

 

바다를 실어 나르느라

 

몸에 낀 물때도 벗기지 못한 채 늙어버린

 

아버지처럼

 

아파서야 겨우 뭍에 올라온

 

 

, 깡 쇠망치 소리에도

 

곤히 잔다

 

만선을 꿈꾸는지 코골며 잔다서 끊어지고

 

       달리는 발자국들이 모이는 자갈치

       새벽은 푸른 가슴을 열고

       뭍에 오른 파도 소리를 잠재운다

       경매사가 종을 울리는 공판장

       지친 트롤선이 마악 부려놓은

       생선 비린내를 어루만지는 손가락이 있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기지개 켜듯 피어나는 꽃잎들

       자갈치 꽃이 핀다

       손가락이 만든 꽃잎은 바다의 기호

       접은 수첩 뒤에서

       바다의 주소를 옮겨 적는 동안

       뭍에 내린 물 냄새가 옷을 갈아입는다

       가장 짜릿한 향기를 위해

       손가락 끝에서 제 몸을 터뜨리는 물꽃들

       접었다 폈다 새로운 기호로 태어나는 자갈치

       꽃봉오리마다 아침이 만개하고 있다

 

오늘을 경매하다

 

 

       길은 늘 바닷가에서 끊어지고

       달리는 발자국들이 모이는 자갈치

       새벽은 푸른 가슴을 열고

       뭍에 오른 파도 소리를 잠재운다

       경매사가 종을 울리는 공판장

       지친 트롤선이 마악 부려놓은

       생선 비린내를 어루만지는 손가락이 있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기지개 켜듯 피어나는 꽃잎들

       자갈치 꽃이 핀다

       손가락이 만든 꽃잎은 바다의 기호

       접은 수첩 뒤에서

       바다의 주소를 옮겨 적는 동안

       뭍에 내린 물 냄새가 옷을 갈아입는다

       가장 짜릿한 향기를 위해

       손가락 끝에서 제 몸을 터뜨리는 물꽃들

       접었다 폈다 새로운 기호로 태어나는 자갈치

       꽃봉오리마다 아침이 만개하고 있다

 

 

 

 

 

 


       소금꽃 여자

 


       바다를 입고 살았습니다

       종일 아가미를 떼느라 휘어진

       손가락 마디에는

       따개비 같은 상처가 굳은살로 박혀있습니다

       몸에 달라붙은 생선비늘 만큼이라도

       반짝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속옷을 벗고 비린 몸을 문지르면

       손가락 사이로 포말이 일었습니다

       씻어도 씻어도 바다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벗어둔 옷에도 짠바람이 스며들었는지

       바다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물기가 빠진 하얀 얼룩을

       꽃이라 불러도 될까요

       꽃을 피우는 하루를 살았으니

       오늘은 낮은 파도를 베고 잘 수 있을까요

       젖은 몸 다 마르면

       울퉁불퉁한 손가락 마디에도

       꽃이 피면 좋겠습니다

       잠든 아이 챙기듯

       옷에 핀 하얀 꽃을 쓰다듬습니다

 

 

 

 

 

 


       창 밖

 

 

       대평동 선박 수리 조선소

       독에 올려 진 아픈 어선 한 척

       흔들리지 않는 바닥이 낯선지

       식은 땀 흘리듯 녹물을 뱉고 있다

       메마를 일 없던 갑판 위로

       웅웅 선원들 목소리가 빈병처럼 맴돈다

       이름이 지워져가는 저 배도

       한 때는 움직이는 섬이었을 것이다

       감긴 닻 쇠줄을 붙잡고 있는 불가사리는

       누가 남긴 손자국이었는지

       바다를 실어 나르느라

       몸에 낀 물때도 벗기지 못한 채 늙어버린

       아버지처럼

       아파서야 겨우 뭍에 올라온

       

       깡, 깡 쇠망치 소리에도

       곤히 잔다

       만선을 꿈꾸는지 코골며 잔다

 

 

 

 

 


       소금꽃 여자

 


       바다를 입고 살았습니다

       종일 아가미를 떼느라 휘어진

       손가락 마디에는

       따개비 같은 상처가 굳은살로 박혀있습니다

       몸에 달라붙은 생선비늘 만큼이라도

       반짝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속옷을 벗고 비린 몸을 문지르면

       손가락 사이로 포말이 일었습니다

       씻어도 씻어도 바다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벗어둔 옷에도 짠바람이 스며들었는지

       바다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물기가 빠진 하얀 얼룩을

       꽃이라 불러도 될까요

       꽃을 피우는 하루를 살았으니

       오늘은 낮은 파도를 베고 잘 수 있을까요

       젖은 몸 다 마르면

       울퉁불퉁한 손가락 마디에도

       꽃이 피면 좋겠습니다

       잠든 아이 챙기듯

       옷에 핀 하얀 꽃을 쓰다듬습니다

 

 

 

 

 

 


       창 밖

 

 

       대평동 선박 수리 조선소

       독에 올려 진 아픈 어선 한 척

       흔들리지 않는 바닥이 낯선지

       식은 땀 흘리듯 녹물을 뱉고 있다

       메마를 일 없던 갑판 위로

       웅웅 선원들 목소리가 빈병처럼 맴돈다

       이름이 지워져가는 저 배도

       한 때는 움직이는 섬이었을 것이다

       감긴 닻 쇠줄을 붙잡고 있는 불가사리는

       누가 남긴 손자국이었는지

       바다를 실어 나르느라

       몸에 낀 물때도 벗기지 못한 채 늙어버린

       아버지처럼

       아파서야 겨우 뭍에 올라온

       

       깡, 깡 쇠망치 소리에도

       곤히 잔다

       만선을 꿈꾸는지 코골며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