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Re:구두 -송찬호
구두
송찬호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넣어 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 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새 구두를 샀다.
그것은 구름 위에 올려져 있다.
내 구두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한 척의 배,
한때는 속박이었고 또 한때는 제멋대로였던 삶의 한켠에서
나는 가끔씩 늙고 고집 센 내 발을 위로하는 것이다.
오래 쓰다 버린 낡은 목욕통 같은 구두를 벗고
새의 육체 속에 발을 집어넣어 보는 것이다.
구두를 다룬 많은 시들이 있지만 그들과 이 시가 다른 점은 삶이 거느렸을 구두 대신 구두가 갖는 함의를 확장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구두는여전히 속박이라는 전제와 확장이라는 속성을 동시에 포함한다. 사실 모든 시어들이 이런 이중적인 속성을 내포한다. 다만 이때의 내포된 속성이 앞뒤의 언어들과 만나 여러 속성들 중의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
"새장"과 "구두"는 각각 새와 발을 가두는 속성을 갖는다. 이 속성이 인간 자체나 새에게 시가 예속될 때에는 이런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지만 산 것들이 우러르는 하나의 전망을 향할 때 이 둘의 속성은 동일시가 가능해진다. 그는 자신의 언어장악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이다. 과감히 "새의 육체 속에 발을 집어넣어 보는 것이다." 이럴 때 그의 시 전반부는 인간, 혹은 새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그것들 자체에 갇히지 않는 선을 유지하는 것.... 그래야만 이 과감한 대입이 끄덕여질 것이다.
언덕을 넘고 보리 이랑을 헤아리며 날아오를 때까지, 언어라는 날개를 파닥이는 것, 낢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애초에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 부단히 갈구한 뒤에 얻어지는 것이리라. 그러자면 우선은 파닥여볼 일이다. 쉽지는 않으라는 것을 끄덕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