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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테제의 봄 / 이령
테오리아2
2018. 3. 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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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제*의 봄
머리에 꽃씨를 심지 마세요 씨앗은 불행의 시작 입니다 가급적 색色을 띠지 않음이 행복의 근원입니다 꽃을 기다리지 마세요 화단엔 똥내가 지천입니다 죽음이 삶의 시작이라는 건 명백한 오해입니다 책 속 불가지의 궁극적 실체는 모두 화단 밖의 일이니까요
시들다 곤죽이 된 칼라와 쥐꼬리망초와 로벨리아 꽃잎은 잉여의 기도를 낳고 당신의 봄을 화단에 가둘지 몰라요 생은 악취 외에 무엇을 남기나요?
행복은 오해로부터 시작되고 오해에서 오해로 점점 멀어지는 중이죠 당신은 아직도 꽃이 꽃씨 속에 있다착각하나요?
죽음과 삶은 동시발아중이죠 표정을 감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삶과 죽음이 달라야 합니다 넌출거리는 봄, 삶의 경이적인 표현은 모두 화단밖의 일이니까요 그러니 우린 화단을 만들어 꽃씨를 심을 것이 아니라 꽃을 품어 화단을 벗어나기로 해요 당신, 심장은 지금 어느 계절에 닿아 있나요?
*논리를 전개하기 위한 최초의 명제 또는 주장
이령_2013 시사사 신인상. 동리목월 기념사업회 이사. 웹진 시인광장 편집장.
미네르바 2017 여름호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copyzig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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