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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화가 뭉크와 함께 - 이승하

테오리아2 2013. 2. 1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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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뭉크와 함께

                             이승하

 

어디서 우 울음소리가 드 들려

겨 겨 견딜 수가 없어 나 난 말야

토 토하고 싶어 울음소리가

끄 끊어질 듯 끄 끊이지 않고   

드 들려와


야 양팔을 벌리고 과 과녁에 서 있는

그런 부 불안의 생김새들

우우 그런 치욕적인

과 광경을 보면 소 소름 끼쳐

다 다 달아나고 싶어

도 동화同化야 도 동화童話의 세계야

저놈의 소리 저 우 울음소리

세 세기말의 배후에서 무 무수한 학살극

바 발이 잘 떼어지지 않아 그런데

자 자백하라구? 내가 무얼 어쨌기에


소 소름 끼쳐 터 텅 빈 도시

아니 우 웃는 소리야 끝내는

끝내는 미 미쳐버릴지 모른다

우우 보트 피플이여 텅 빈 세계여

나는 부 부 부인할 것이다

                          1984년〈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작/ 시집 『사랑의 탐구』문학과지성사 간


  생에서 오는 고통들을 인간은 다양한 반응으로 되돌려 놓는다. 사실 이것이 고통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이중에는 희열도 사랑도 포함된다. 그것마저 고통이라면, 평상심을 뺀 나머지가 고통이라면? 어떤 이는 후각이 비 정상적으로 발달해서 고통을 경험허기도 하고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해 평온한 사람도,그것이 고통이 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고통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80년대에 문단활동을 시작한 대부분의 문인들이 가진 공통점은 생을 태생적인 불편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당대의 선험이 빚어낸 결과이겠지만  그것이 당대의 시대정신이라면 이에 타당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최근의 시들에게서 보기 어려운 이런 고통을 고통으로 인식하기는 달라 말하면 시대적 산물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때 이하석은 시적 대상을 사진으로 찍고 이를 시와 겹쳐 배열하는 시작방법을 활용했더랬다. 이때 그가 바라본 세계는 최근의 한 흐름으로 자리한 녹색문학, 즉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되짚어보는 것이었다.

  그의 시작이 된 이 시는 제목 때문에라도 화가 뭉크의 작품 '절규'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말더듬이 화법이 한동안 회자된 것은 순전히 이 양반 덕분이었고. 인간세계의 불협화음이 이하석에게서는 마 말을 더 더듬는 것으로 시적 혀 형상화의 과정을 대신한다. 이런 자신만의 어법을 찾아내는 일은 단숨에 자신의 시적 지분을 확보하는 데도 탁월하다. 더 새로운 방법들이 남아있을까? 물론이다. 당대의 삶의 방식을 포함하고 오늘을 사는 이들의 공감을 얻을 것. 이 두 가지 덕목을 담보할 수 있다면 새로운 방법은 날개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근본적으로는 시적인 것, 시가 함의하려는 어떤 가치를 자기화 할 때 보다 더 날개다운 날개를 얻을 것 또한 분명하다. 아직도 그가 말을 더듬는 방법 위에 머물지는 않기 때문이다. 유행하는 순간 바람을 일으킨 당사자는 유행 자체을 버린다. 혹 누군가 오늘의 유행 위에서 자신의 집을 짓고 있다면 버리시라, 그때야말로 정말 시작이다.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물크러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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