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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세영 시 10월 /

테오리아2 2015. 12. 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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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 오세영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집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시와시학사, 1992)’ 중에서 - 

            

 

금랑님께 드리려고  화보로 꾸몄지롱 !

        좋은 날 되십시요  ~  창공

 

 

 

출처 : 창공
글쓴이 : 석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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