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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매미 …

테오리아2 2014. 7. 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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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  野草

 

그 시절 한여름, 또래 개구쟁이 동무들과 들녘 원두막에 무시로 나가 수박을 잘라 놓고 큰 것을 잡으려고 서로

 아옹다옹하면서 또는 연못이나 논 사이의 도랑에 몰려가 발가벗고 멱감으며 물장구에 '물싸움' 하는 재미에

빠져 더위를 나던 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오후 세 시께 해가 반나마 기울어 더위가 좀 수그러들면

이까리(고삐) 잡고 소먹이러 다녔었다. 

우리 동네는 지명이 우곡(牛谷)일 정도로 소를 많이 키우던,낙동강과의 사이에 들녘을 낀 산골이었고 집집이

귀하신(?) 소를 한두 마리 키우던 곳이었다. 형이 소먹이러 갈 땐 난 망태나 작은 지게 지고 소꼴 베기를

했다. 그 여름날의 그리운 파노라마 중에서도 오래 기억에 남는 게 우리 집 감나무에서 울어대던 매미다. 

 

요즘 수목이 많기로 유명한 목동아파트 단지의,소음공해에 가가운 매미 울음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남아

있다. 집에 라디오도 없는 시절이라 그놈들의 울음이 음악 같기도 했다. 놈들이 한참 울다가 울음을 그치면

고개 들어 하늘을 쳐다보곤 했었다. 매미가 울지 않으면 꼭 비가 왔기 때문이다.

조금전까지 요란하던 매미소리가 잠잠해진 걸 보니 목동에 비가 다시 내릴 모양이다. 매미는 수컷만 운다.

암놈은 아예 울음판이 없단다. 숫놈의 울음은 울음이 아니라 '구애'의 노래라 해야 맞을 듯하다. 17년간의

긴 지하생활에서 우화하여 죽자살자 열심히 노래해 암컷을 유혹한다. 운 좋게 교미를 하게되면 보름 정도

지상에서의 생을 마감한다. 암컷은 교미 후 알을 낳게 되면로 죽는다고 하고.

 

내 어릴 때 매미가 땅속 애벌레로서 보내는 기간이 5년이나 7년으로 알았었는데 녀석들이 해충과의 생명

주기가 맞닥치는 것을 피해 요즘은 17년 정도로 길어졌고 앞으로 더 길어질 것이라고 한다. 대단한 생명의

신비다. 소주 한 병은 소줏잔으로 통상 일곱 잔이 된다. 둘이 석 잔씩 마셔도 안 맞고 세 명이 두 잔씩 비워도

 아귀가 안 맞는다. 그래서 '한 병 더!' 하는 것과 조금 비슷한 숫자놀음이다. 17년은 2년짜리 해충과 만날 

 최소공배수가 34년에 한 번 올 뿐이다.

 

대참사를 빚은 세월호의 청해진해운 실질 사주가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쇼킹한 뉴스에 접하면서 매미를 문득

떠올리게 됐다. 참 요란스럽게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바동대는 인간들은 어쩜 매미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지 않을까 싶다. 외려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면서 끝까지 욕심없이 사는 매미가 더 값지게 사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옛날 선비들은 매미에게  오덕(五德)이 있다고 여겨 본받으려고 했단다. 이슬만 먹고 사니 맑음(淸)이 있고,

인간들이 가꿔놓은 곡식이나 채소를 훔쳐 먹지 않으니 염치(廉)가 있고, 집을 짓고 살지 않으니 검소(儉)하고,

 계절을 지키며 떠나야 할 때를 알고 있으니 신의(信)가 있다는 것 등이다.

  

다른 곤충들처럼 오래 살아보려고 월동(越冬)을 하지도 않는다. 여름철에만 살다가 서리 내리는 날이 되면

미련 없이 스스로 물러날 '타이밍'까지 알고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시끄럽다고 무심코 욕질해대던

내가 창피하기도 하고 동네 매미 녀석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출처 : 小說 隨筆 & 삶의 얘기
글쓴이 : 野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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