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시 방
[스크랩] 덫 / 이령
테오리아2
2018. 3. 29. 11:24
728x90
덫
난 사각의 틀 앞에 놓여있다
붇기로 자릴 옮긴 알콜은 그와 내가 대면하는 아침의 위력을 보여준다
거울은 보고자 하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내는 영사기,
머릴 감는 동안 그는 염장 미역처럼 푸른 필름으로 풀어진다
샤워 콕에선 파도 소리 들리고 그는 비누거품으로 자라나
난 눈이 맵다
사각의 틀에 들 때마다 내 눈은 선명하다
그도 투명한 물속을 숙영하는 내 머리카락을 보고 있다
헤어드라이기 속에는 아직 그가 남기고 간 더운 입김이 서려있다
물의 무게가 덜어질수록 무겁게 달려드는 그는
사각의 시간에 잠식된 한편의 비루飛樓
그 비릿한 바다 냄새 가시지 않는
이령_2013년 시사사 신인상. 동리목월기념사업회 이사. 웹진시인광장 편집장
《문파문학 2017 겨울호》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copyzigi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