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당신은 어땠는데
당신은 어땠는데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어린 학생이 담배를 뻑뻑 피우는 것을 본다. 아마 중학생이나 고교 1학년생 정도 되는 성 싶다. '이런 싸가지 없는…….'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는다. 한편으로 나는 어찌 했는가 돌이켜 보게 된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담배를 피워보았는데 지금도 후회한다.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웃을 보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저 사람 나이였을 때, 나는 담배를 끊지 못했음을 알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술자리에는 좀처럼 참석지 않다가 부득이 한 경우,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앉아있다. '저 친구 참 말도 많다. 앉은 자리서 똑 같은 이야기를 벌써 세 번이나 하고 있다. 야! 이 친구야, 그 이야기 한 번 더 들으면 열 번이야.' 그 말이 입 안에서 뱅뱅 돈다. 그러나 나는 어쨌는가.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옆에 있는 사람을 질리게 하지는 않았던가.
아들이 지난 밤 술을 마시고 들어와 휴일 낮에 누워있다고 한다. 한 마디 해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 데, 참고 또 참는다. 나의 젊은 날은 어땠는지 기억하기도 싫다. 그때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아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젊은 청춘남녀가 기회만 생기면 끼고 돌며 야단이다. 이제 남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저런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허나 나는 그 피 끓는 청춘 시절을 어찌 보냈던가.
지난 주말 친지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 찾은 예식장은 주차장부터 난리다. 접수, 피로연 등 마음에 드는 것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불평해서는 안 된다. 내 아들 결혼식도 바로 그 예식장에서 올리지 않았던가. 그 날 하객들은 얼마나 불편했을까.
사람들은 자기가 한 일은 잘 잊어버린다. 기억하기 싫은 과거는 쉽게 망각한다. 그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도 싫어한다. 그 기억에서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용돈 타령을 많이 했다. 나는 용돈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학창시절에 용돈이 궁하여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가.
성경(요한복음)에 예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였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사람들 중에 탈세, 병역,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의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낙마하는 이들이 많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 사람은 한사코 그 자리에 나가는 것을 사양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은 평범하게 살아야 하고 지도자의 꿈을 꾸는 사람은 비범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제 지도자가 될 일이 없다. 또 누구를 가르칠 기회도 없다. 그러나 가족에게 떳떳하기 위해서, 후진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어쩌다가 밤늦게 부부싸움을 하는지 그릇 깨지는 소리, 악다구니를 쓰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이 깨고 신경이 쓰인다. 남자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어땠는가. 이웃 사람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던 아내의 불평을 들은 게 언제였느냐 말이다.
남의 집 형제의 재산 싸움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 참 말세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돈이 많으면 형제간의 재산 상속 싸움이 진흙탕 같다고 시속을 탓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어땠는가. 얼마 되지도 않은 땅뙈기 문제로 오해가 생기고 답답한 세월은 얼마였던가. 세월이 잘못을 덮고 잊게 하는 약이 되었다.
일요일에 교회나 성당에 나가지 않는 친구들에게 나는 은근히 한번 나가 보라고 종용을 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잘 했다고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어땠는가. 아내와 친구들의 권유에 고개를 내저으며 불신자의 오만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이제 겨우 교회에 나간 지 10년이 채 못 되면서 교만을 떠는 것은 다른 독실한 신앙인들까지 욕먹게 한다.
되돌아보면 우린 누구나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면서, 자신만은 안 그런 척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남의 연애는 스캔들이고 나의 이야기는 로맨스라는 말이 그럴 듯하다.
그렇다고 잘못된 일을 보고서도 외면만 해서는 되겠는가? 완벽한 사람만이 남에게 충고하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게 그런 과거가 있다손 치더라도 큰 거리낌이 없다면 '이리 해보니 이렇게 나쁘더라.'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을 잘 차지 못 하는 사람도 축구감독을 할 수 있다.
(2012.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