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다층이 선정한 올해의 좋은시 best 10>-운지법/박해람
<다층이 선정한 올해의 좋은시 best 10>
운지법/박해람
울음의 밖에 혼자 서있는 흐느낌을 본 적이 있다. 한참동안 울음을 달래던 그 흐느낌
울음을 틀어막는데 몇 채의 구름보기를 사용했다
손가락에서 나올 수 있는 말들이란 뻔히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열 개의 손가락을 다 버릴 수가 없다
구멍을 피해 다녔던 곳마다 후렴이다
물오른 나뭇가지가 아닌, 긴 막대기를 들고 팔 아픈 曲을 연주하는 지경에 이르러
줄기들마다 생장점이 만져지는,
가두어 놓고 있던 소리들이 튀어나와 음역을 찾아간다.
물은 돌 사이에 고이고
꽃 그림자는 물에 고이는 것이라는데
돌에 물과 꽃이 같이 고인 일
얼굴을 비추는 수면에 얼굴을 떨어져 흐려지는 물
머리를 숙였던 예의가 훗날 맹인이 되었다지.
녹기 좋아하는 향기는 흰 눈과 섞여 눈송이로 날리고 있을 뿐 누가 짚어보고 간 구멍들인지 바람만 가득 들어 있다
가지마다 붉은 지점을 만들어 놓고
건너가는 개화의 순간들, 짧은 단소 한 자루에 뱀과 같은 음역이 들어 있을 줄이야
갇힌 소리가 내는 음
가늘고 긴 봄날을 울리는 저 운지법은 사실,
呼吸法이다.
어쩌다 기다란 음역에 들어 손끝을 맛본 소리들
쌍커풀 없는 음계엔 모래소리만 난다
계간 『주변인과 詩』 2011년 봄호 발표
박해람 시인1968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 199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랜덤하우스중앙, 2006)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