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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렇게 우린 / 이령
테오리아2
2018. 3. 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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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린
노련하게 차갑다. 우린
불을 길들이며 지배자가 된 사람
칼을 차면서 지배자를 바꾸는 사람
글을 쓰면서 지배에 익숙해진 사람, 우린
무딘 척 따뜻하다
순간순간 미동 없이 선을 그으며
사선이 두려워 평행으로 영원히 만나는
어쩌다 우린 평행으로 만나는 걸까
불가능한 진화를 꿈꾸는 걸까
닿지도 멀지도 않는 간극을 지키며
오해에서 오해로 물들어 가는 걸까
겹치는 순간 하나 점으로 멀어지는 시간과
점, 선, 면, 공간까지 탈탈 털려 이 구역에서 만난 걸까
골짜기에서 온 사람, 똑 바로 선사람, 일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사람이란 사람은 이 구역에선 결국 하나 교설도 세우지 못하고
단 한번 이별하고 영원히 만나
꼼짝없이 서로 오염되고
꼼짝없는 자세로 함께 늙어가며 한 점이 되는 걸까
무디지만 따뜻하게 서로를 밀어내고
차갑고 노련하게 서로를 밀어주며
이령_경북 경주 출생. 격월간 시사사 신인문학상. 동리목월기념사업회 이사. 웹진시인광장 편집장
《시인시대 2017 가을호》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copyzig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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