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론

수필에 담기는 내면풍경

테오리아2 2014. 3.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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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 담기는 내면풍경


  수필은 자신의 생각과 심경이 여과 없이 담기는 글이다. 자신의 몸에 아름다운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입고 있는 옷조차 스스로 벗어 알몸으로 서는 진솔함, 그래서 수필은 사람이 문장에 앞선다. 그런 거짓 없는 글에 담기는 작가의 목소리를 독자는 탐색하고 그런 필자의 마음을 공유하려 한다. 그러므로 작품에 동원하는 한 마디 말, 하나의 문장은 필자의 세상 내다보기에 새로운 호흡이 담겨야 하고, 과거로부터 있어 온 우리 삶의 이야기를 현재의 우리 삶에 담아 미래의 삶으로 남기는 작업이어야 한다. 그런 창작행위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정신과 정서를 고양시키고 순화시키며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의 수필들을 읽어보며 그런 사유를 갖게 하는 겸손한 내면의 목소리가 담긴 글들이 눈에 띄어 반갑다.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과 인간관계에서 드러나는 갈등구조, 인간의 본성을 벗어날 수 없는 삶의 본성이, 독자들에게도 자신들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내면의 풍경으로 사유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중   략 -


  수필을 쓴다는 행위는 세상 내다보기에서 얻는 소재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얻어진 깨달음을 주제로 담아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자 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에 서 있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며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를 고통스럽게 도는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돌아보며 세상 내다보기를 통하여 나를 들여다본다.

  사람들은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일상의 삶을 영위하며 살아간다. 사물로부터 벗어나 있으면서 결코 그 사물들에게서 떨어져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삶이 수필의 소재다.

  우리가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신변잡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신변잡기라는 일상에서 얻어내는 소재를 버리고는 좋은 수필을 쓸 수가 없다.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찾아내는 삶의 깨달음이요 철학이다.

 



상상력으로 환기되는 울림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수필이 문학성을 지닌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은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언어에 의해서이다. 일상의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서 형상화되지 않으면 작품이 될 수 없다.

  상상력은 인간을 현실적 존재로부터 초월적 존재를 경험하게 해 주는 힘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 정신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준다.

  우리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사유할 수 없다. 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하더라도 이미 우리의 경험 속에 포함된 기존 인식과 사물에 대한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으로 보면 상상력도 체험의 확장에 불과한 것이다.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일상의 이야기들, 그것들이 소재가 되고, 뻔히 다 아는 이야기이면서 익으면 공감하고 감동하게 되는 것은 작가가 표현해 내는 언어에 의해서이다.

  독자가 수필을 읽는 목적도 그 작품이 담아내는 이야기에 매이기보다 개성적인 언어에 의한 표현에 의존한다고 보아야 한다.


- 중    략 -


  수필은 치열한 문학정신에 대한 모색과 자기반성 내지 자기 성찰과 삶의 의미를 진정한 언어로 형상화시키려는 의도적인 이야기다. 독자는 그런 글을 통해 문학적 감동을 얻게 된다.

  감동의 구조는 상상력으로 환기되는 울림의 구조이다. 그 울림 속에는 진실을 발견하고 해석하는 감동의 힘이 작용한다. 이 울림의 힘이 문학의 가장 중심적인 전달력인 것이다.

  어떤 체험을 어떤 소재로 쓰던 수필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사랑을 중시하는 사유를 내포한다. 그 사유의 체험을 근거로 출발하기에 자신이 중심에 서는 것이다.

  그런 수필을 읽으면 수필을 읽는 기쁨도 누리게 된다.


                                          - 월간문학의 변해명의 <월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