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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강물이 되어-박추자

테오리아2 2013. 1. 1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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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강물이 되어




                                                                                                박추자



이 차가운 겨울에 온 가족이 바다를 찾았다. 생선회를 좋아하는 남편의 생일을 맞아 큰아들이 운전대를 잡았다. 지병을 갖고 있는 남편으로써는 집에서는 평소에 금기시 되었던 음식이다.

의사 선생님이 내리신 주의사항이었으나 일년에 하루쯤의 일탈이다.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식구들이 모두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사는동안 몇 번의 이런 생일을 맞을 수 있을지 몰라, 남편에겐 더욱 애틋한 날이기도 하다.

  오후 늦은 시간 하늘은 잔뜩 흐렸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이 서둘러 출발했다. 음력 정월의 7번 국도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현실이 아닌 제3의 공간속으로 차는 거침없이 질주하는 듯 했다.

태고적 공룡의 울음 소리를 내며 파도는 지축을 울리는 듯 하다. 높은 곳에서 동시에 쏟아지는 폭포수는  온통 운무가 되어 우리의 얼굴과 온몸을 덮쳤다. 그 속으로 이미 오래 전 요절한 가수의 마지막 노래가 환청이 되어 들려 오는 듯 하다.

“ 내 사랑 내 곁에”

죽음은 거론할 필요도 없는 완벽한 단절이다.

바람이 불거나 날이 저무는 것과 같다고는 하지만, 긴 세월 동안 새긴 추억들이 너무 깊다.

모두들 내려놓고 떠나기엔…

한때는 칠순이면 고려장을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이만한 나이가 되고보면 점점 다가올 구체적인 상황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이미 소생할 길 없는 부모에게 의료기구를 부착해서 더욱 힘들게 하는 일도 종종 있는 것 같다. 과연 본인들이 진정으로 원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연코 거부한다. 그런 방법을 부디 거두어 주기 바란다. 죽은 이의 정은 또 날로 날로 희미해지는 법이라니, 영 참지 못할 일도 아닌 것 같다.

늘 우리보다 앞선 효심으로 기쁨을 배로 안겨 주었던 자식들 인지라 또한 내 뜻을 명심하리라 믿는다.

강물이 흘러가듯 먼저온 것은 또 다시 먼저 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참으로 어여쁜 손주 손녀와 두 아들 또 며느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부탁하는 것이 내 간곡한 유언이 될 것 같다.

그 옛날 시인 정철이 암시한 시 한 구절‘ 누런 해가 뜨고 흰 달이 지는’낯선 세상의 문턱을 나 또한 바람처럼 가벼히 넘어 갈 것이다.

강물은 반드시 흘러가야 한다.

흘러가지 않으면 썩는다고들 하였다.